기고·동정

기고 풍향계/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 만들기 - 박혜경 대표이사[동양일보- 2023. 2. 12.]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3. 03. 22 조회수 667

박혜경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

[동양일보]사람이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은 정책 책임자나 마을 주민이거나 같을 것이다. 인구현황이 그 자체로 삶의 질 조건의 지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가 감소하면서 최근에는 점점 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지고 있다. 한 나라의 적정 인구규모에 대해서는 다른 주장들이 엇갈릴 수 있고, 심지어 인구감소가 반드시 부정적이지는 않다는 의견도 있다. 지금 인구위기는 서남부 유럽을 포함한 잘 사는 나라들의 문제이지 지구사회 전체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인구감소가 1인당 소득증가, 환경오염 감소 등의 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인구문제는 인구감소의 속도가 급격하기 때문에 심각한 위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충북과 같은 지역에서 인구구조와 그 변화속도는 더욱 위협적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사회 근대발전이 노정시켜 온 인구와 인프라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의 결과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인구감소의 속도 때문에 고령인구비율의 빠른 증가를 걱정하지만, 지역에서 인구 고령화는 더욱 심각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한국사회에서 지역의 인구위기는 사람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함을 알리는 지표로 이해하는 것이 일리가 있을 것이다.

2021년 합계출산율이 충북은 0.940으로 전국의 0.808보다 나아 보인다. 조출생률은 충북이 5.1명으로 전국평균과 같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나쁘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 2021년 충북의 조사망률이 7.5명으로 전국의 6.2명보다 크고, 조출생률과의 격차가 전국보다 크다. 이에 충북의 고령화지수는 2023년 1월 기준 20.0%로 전국의 18.1%보다 훨씬 높다. 충북은 초고령사회가 되었다.

그 간 인구문제에 대한 정책적 관심은 저출산에 대한 관심으로 모아지고, 정책 일선에서는 출산자극정책으로 더욱 좁게 이해되어 온 경향이 있다. 출산이 여성의 생애선택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그 복잡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추진된 출산자극정책들은 출산율을 올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학계와 젊은 세대로부터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여성 독박육아의 현실 타개책이 불충분한 상황에서 출산과 육아의 담당자인 여성들의 반발은 더욱 컸다. 젊은 층의 여성들은 저출산 정책을 국가가 여성의 몸을 국가를 위한 도구로 인식하는 것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운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구문제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 및 상황과 함수관계에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지금의 인구위기를 여성들의 결혼 및 출산 파업이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은 것은 이를 방증한다. 인구위기 대책도 여성의 힘을 빌지 않고는 안 된다. 인구문제의 핵심은 빠른 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감소이다. 저활용되어 온 여성들의 고용을 늘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인구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여성의 출산과 고용 모두 필요한 것이다. 인구문제 대응을 위한 해법으로 연구자들이 내놓은 공통적인 대안 역시 여성의 고용과 돌봄 체계 둘 다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충청북도는 아이 키우기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 기존에 출산에 초점을 두던 정책 대신 돌봄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동시에 여성의 경력 이음에 집중하려고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구위기 대응으로 출산과 여성의 고용이 요구된다면, 적어도 한국사회 지역의 인구위기는 여성의 삶을 개선하지 않고는 나아지기 어렵다. 여성이 살기 어려운 지역은 살기 좋은 곳일 수 없다.

출처 : 동양일보 (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