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6. 05. 11 조회수 154
바람은 가볍고 햇살은 따뜻한 5월이다. 바쁜 일상속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고,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바라보며 평소 미처 전하지 못했던 감사의 마음을 전해보는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삶의 가장 가까운 곳인 ‘가정’안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성별에 따른 두터운 역할의 벽이 존재한다.
최근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지역성평등보고서(2025.12)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충북은 ‘성역할 고정관념’ 부문에서 14위, 가사 노동 시간의 성별 불균형 부문에서 최하위인 17위를 기록했다. 여전히 우리의 일상 속에 성별에 따른 역할구분이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아빠는 이런 거 잘 몰라", "남자들은 원래 집안일 잘 못 하지", "이건 엄마가 더 잘해"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주고 받는 말들이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말들은 역할을 나누고 누군가를 특정한 역할 안에 머물게 만든다. 특히 가정안에서 이러한 말들이 반복될 때 ‘당연한 역할’처럼 굳어져 서로의 선택과 가능성을 제한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 중 하나가 ‘부엌은 여성의 공간’이라는 인식이다. 특히 노년의 남성가운데에는 평생 부엌에 들어갈 기회 조차 갖지 못한 채 살아온 경우도 많다.
충북여성재단의 ‘할아버지 부엌’ 프로그램은 이런 일상에 작은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남성 노인을 대상으로 요리 활동과 성평등 교육을 함께 진행한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참여자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채소를 다듬고 칼을 잡고 썰어본다 "허허 내가 요리를 다해보네" 처음 해본다며 머쓱해하던 분들도 어느새 자신감 있게 음식을 완성해 갔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시간이 단순한 ‘요리 수업’을 넘어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는 웃음가득한 풍경이었다.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네", "손주들에게 할아버지가 만든거라고 자랑해야겠다"는 참여자들의 소소한 이야기속에서 그동안 ‘남성의 영역 밖’에 있다고 여겨졌던 ‘부엌’은 가족과 연결되고 스스로를 돌보는 따뜻한 공간으로 바뀌어 갔다. ‘요리’는 특정 성별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고 배워야 하는 삶의 기술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할아버지 부엌’에서의 작은 변화처럼 이제는 당연하게 여겨왔던 성별 역할과 우리의 고정된 인식은 없었는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5월의 따뜻한 햇살과 같이 가정 안의 변화가 지역과 사회로 자연스럽게 퍼져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성평등은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가까운 길이기 때문이다.
출처: [여성의 눈]우리의 일상을 바꾸는 성평등 < 칼럼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충청매일